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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군중의 정신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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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사공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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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군중의 일반적 특성: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법칙

심리학적으로 ‘군중’이란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정 상황에서 형성되는 개인의 무리는 그 무리를 구성하는 개개인과 무척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의식을 지닌 개성은 사라지고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매우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집단정신이 형성된다.

이런 군중은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을 따른다.

심리적 군중에게 가장 두드러진 점은 다음과 같다.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누구든 간에, 즉 삶의 방식, 직업, 성격과 지능이 비슷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들은 군중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일종의 집단 심리를 갖게 된다.

치밀한 분석가나 예리한 관찰자도 자신을 지배하는 무의식적 동기를 거의 찾아내지 못한다.

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도 매우 유사한 본능과 열정, 감정을 가질 수 있다.

하나같이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반적인 관심사에 대해 내린 결정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 내리는 결정보다 나은 게 없다.

군중은 독립된 개인보다 항상 지적으로 열등하다. 그러나 감정이나 감정이 야기하는 행동으로 볼 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군중은 독립된 개인보다 우등할 수도 있고 열등 할 수도 있다.

  • 개인이 군중보다 지적으로 낫지만, 감정적인 판단으로 인해 나오는 행동들은 군중이 나을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군중으로 있을 때 나타나는 과장된 언어와 행동은 주로 나쁜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군중은 너무 쉽게 최악의 감정 과잉 상태로 치닫는다.

2장: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군중의 고유한 특성 중에는 충동성과 과민성, 이성적 추론 능력의 부족, 판단력과 비판 정신의 부재, 과장된 감정 등이 있다.

군중의 충동성, 변덕, 과민성

독립된 개인도 군중 속의 개인과 동일한 자극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독립된 개인의 두뇌는 그런 자극에 굴복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에 독립된 개인은 군중 속의 개인과 다른 결정을 내린다. 이런 차이를 생리학적으로 “독립된 개인은 반사작용을 조절할 수 있지만 군중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군중은 극히 상반된 감정을 연속해서 느낄 수 있지만, 항상 그 순간에 일시적으로 받는 자극의 영향 아래 놓인다. 마치 거센 바람이 불면 사방으로 흩날렸다가 바람이 그치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같다.

군중의 피암시성과 맹신

군중은 언제나 무의식의 경계에 머물며 모든 암시를 쉽게 받아들이고, 이성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존재처럼 극단적인 감정에 휘둘린다. 게다가 비판적 사고 능력까지 상실한 나머지 모든 것을 맹신하는 경향을 띤다. 군중에게 불가사의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암시는 언제나 개인의 착각에서 출발한다. 그런 착각은 다소 막연한 기억에서 비롯되며 반복되는 확언을 통해 암시가 주위로 전염된다.

군중의 관찰 문제로 돌아가 결론을 내려보자. 군중의 관찰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대체로 한 사람의 착각이 모두에게 전염되어 암시된 결과일 수 있다. 군중의 증언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

논리학 개론서를 보면, 어떤 사실의 정확성을 증명하기 위해 원용할 수 있는 가장 확고한 증거는 많은 사람의 일치된 증언이다. 그러나 군중심리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결론에 따르면 논리학 개론서의 이 부분은 오류가 있으므로 오히려 가장 의심스러운 사건이다. 수천 명이 동시에 어떤 사건을 지켜보았다는 말 자체가 실제 일어난 사건은 그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다는 뜻인 경우가 비일비재한다.

단순하고 과장된 감정

군중이 드러내는 감정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매우 단순하고도 과장된 이중적 특성을 보인다. 다른 면으로 볼 때도 그렇지만 특히 이런 점에서 군중속의 개인은 원시인에 가깝다.

군중은 감정을 단순하고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결국에는 의심하거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군중의 감정은 여성들처럼 순식간에 극단을 치닫는다. 가볍게 내뱉은 의혹이 논의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증거로 돌변한다. 독립된 개인에게는 별로 힘을 얻지 못하는 반감이나 반론도 군중 속의 개인에게는 곧바로 흉포한 증오로 변한다.

안타깝게도 군중으로 있을 때 나타나는 과장된 언어와 행동은 주로 나쁜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군중은 너무 쉽게 최악의 감정 과잉 상태로 치닫는다.

군중은 감정이 격해지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과도한 감정에만 자극을 받는다.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웅변가는 격정적인 단언을 무람없이 사용해야 한다. 과장하고 단언하고 반복하되 논리적으로 증명을 해서는 안된다.

군중이 감정에 대해서만 과장할 뿐 지적인 것은 전혀 과장하지 않는다는 말을 굳이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3장: 군중의 사상, 추론, 상상력

군중의 사상

두가지 사상이 있다.

하나는 그 시대에 영향을 받아, 예컨대 어떤 사람이나 주장에 심취해 돌발적으로 갖게 되는 일시적 사상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과 유전과 평판으로 안정성이 부여된 기본적 사상이다. 과거에는 종교적 신념이 그랬다면 요즘에는 민주주의, 사회주의 사상이 그러하다.

군중에게 암시되는 사상은 어떤 것이든 간에 절대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갖출 때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상을 단순한 형태를 띠어야 군중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중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철저한 변화를 거쳐야 한다. 특히 수준이 약간 높은 철학 사상이나 과학 사상을 군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한 단계 한 단계 낮추려면 철저한 수정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작업은 군중의 범주나 군중이 속한 민족의 범주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수정은 항상 수준을 낮추고 단순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사상의 서열구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더 높거나 더 낮은 사상이란 없다. 어떤 사상이 아무리 위대하거나 진실하다 해도 군중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그 사상을 위대하고 고상하게 만드는 요소를 대부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군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변형된 사상이라고 해도 다양한 과정을 거쳐 무의식에 스며들고 그것이 감정이 되어야만 군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시상적으로 군중은 학자나 철학자보다 항상 몇 세대씩 늦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기본적 사상에 오류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더는 믿지 않는 원칙에 따라 통치할 수밖에 없다.

군중의 추론

수준 높은 추론과 마찬가지로 군중의 열등한 추론은 연상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군중이 연상하는 사상들 사이에는 표면적인 유사성이나 연속성이 있을 뿐이다.

군중의 상상력

추론 능력이 없는 사람이 그렇듯 군중의 상상력도 무척 활발하고 격정적이며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데 군중은 깊이 생각하거나 이성적으로 추론할 능력이 없으므로 사실 같지 않은 일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사실 같지 않은 일’이 군중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군중의 상상력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곧 알아보겠지만 일단 군중의 지성이나 이성에 호소해서는, 즉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만 해두겠다.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의 암살자들에게 문노라도록 군중을 선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유창한 연설 때문이 아니었다. 군중 앞에서 카이사르의 유언장을 낭독하고 그의 시신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중의 상상력에 충격을 주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고 제시되는 방법이다. ‘응축’이란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지만, 사건들이 응축되며 군중의 정신을 채우고 떠나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줄 안다면 군중을 지배하는 법을 터득한 것과 진배 없다.

군중의 모든 확신이 갖는 종교 형태

군중은 과격하고 극단적인 감정만 느끼며, 그들의 세계에서는 호감이 숭배를 받고 반감은 금세 증오로 바뀐다는 것도 보았다. 이 모든 일반적인 현상을 보면 군중의 확신이 어떤 성격을 띠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신을 숭배할 때만 종교성을 갖는 건 아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목적 그리고 기준이 된 대의나 인물을 위해 정신적 자원을 모두 투입하면서 개인의 의지를 접고 열정적으로 맹신하는 경우에도 종교성을 갖게 된다.

광신적 감정에 사로잡히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숭배하고 그에게 순종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며 우상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치려 한다.

이런 현상이 이성의 시대가 완전히 몰아낸 과거의 미신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성과 벌이는 끝업슨 싸움에서 감정이 완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